농촌과 도시, 노인 교육의 격차: 도농격차가 만든 일자리질과 훈련시설의 현실
들어가며
우리나라가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노인 교육과 재취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농촌과 도시 간 노인 교육 기회의 격차는 여전히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농촌 노인들의 디지털 활용 수준은 일반인뿐만 아니라 도시 노인에 비해서도 현저하게 낮으며, 농촌 지역 노인들은 '디지털 하층민(digital underclass)'의 모습을 보입니다. 2025년 현재 전체 노인 인구가 1,000만 명을 넘어서는 상황에서, 이러한 도농격차는 단순한 교육 불평등을 넘어 노인들의 삶의 질과 경제적 기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농촌과 도시 간 노인 교육의 현실적 격차를 다각도로 분석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도농 간 노인 교육 인프라 격차 현황
교육시설 접근성의 심각한 불균형
농촌과 도시 간 노인 교육 시설의 격차는 양적, 질적 측면에서 모두 심각한 수준입니다. 도시 지역의 경우 구마다 평생교육원, 복지관, 50플러스센터 등 다양한 교육 기관이 설치되어 있는 반면, 농촌 지역은 읍·면 단위로도 제대로 된 교육 시설을 찾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2024년 통계에 따르면, 수도권과 광역시의 경우 노인 인구 1,000명당 교육 시설 수가 평균 2.3개인 반면, 농촌 지역은 0.7개에 불과합니다. 이는 농촌 노인들이 교육을 받기 위해서는 도시보다 3배 이상 멀리 이동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특히 직업훈련 시설의 경우 격차는 더욱 심각합니다. 농촌 지역의 노인들이 전문적인 직업훈련을 받기 위해서는 대부분 시·군청 소재지나 인근 도시로 이동해야 하며, 이는 평균 편도 1시간 이상의 시간과 교통비 부담을 의미합니다.
교통 인프라의 제약
농촌 지역의 열악한 교통 인프라는 노인 교육 접근성을 더욱 떨어뜨리는 주요 요인입니다. 대중교통 운행 횟수가 하루 3-4회에 불과한 농촌 지역이 많아, 교육 프로그램 참여를 위한 이동 자체가 큰 부담이 됩니다.
운전이 어려운 고령의 농촌 노인들에게는 이러한 교통 접근성 문제가 교육 기회 박탈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농촌 지역 노인 교육 프로그램의 중도 포기율이 도시 지역보다 40%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그 주된 이유 중 하나가 교통 불편입니다.
디지털 격차와 교육 소외
농촌 노인의 디지털 소외 현실
농촌 디지털 하층민의 가장 큰 특징은 디지털 사용 역량이 매우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농촌 노인들은 일상 속 단순한 디지털 서비스 기회마저 박탈당하고 있으며, 정보화된 사회에서 더욱 소외되고 고립될 위기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농촌 지역의 인터넷 인프라 자체도 도시에 비해 상당히 열악한 상황입니다.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이 도시 지역 95% 이상인 반면, 농촌 지역은 80%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실제 속도도 현저히 느린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디지털 격차는 코로나19 이후 급증한 온라인 교육 기회에서 농촌 노인들을 배제시키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도시 노인들은 줌(Zoom)이나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교육 기회를 확대할 수 있었지만, 농촌 노인들은 기술적 장벽으로 인해 오히려 더욱 소외되었습니다.
디지털 교육 지원의 지역 간 편차
노인들의 인터뷰 과정에서 많이 등장한 것 중 하나가 노인 눈높이에 맞는 교육과 정책입니다. 흔히들 노인을 위한 것이라 하면 디지털 기기에서 글자 키우는 것을 생각하지만, 노인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농촌 지역의 디지털 교육 지원은 도시에 비해 질적으로도 많이 떨어집니다. 도시의 경우 전문 강사진과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이 운영되는 반면, 농촌 지역은 비전문가가 임시로 교육을 담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도시 노인들이 어떻게 해서라도 디지털 교육을 접해보려고 노력하는 데 반해, 많은 농촌 노인들은 '그거 배워서 소용도 없고 쓸모도 없는데'라는 포기의 정서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인식의 차이는 농촌 노인들의 교육 동기를 더욱 떨어뜨리는 악순환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일자리 질의 현격한 차이
도시와 농촌의 노인 일자리 특성 비교
도시와 농촌 간 노인 일자리의 질적 차이는 매우 현격합니다. 도시 지역의 노인 일자리는 서비스업, 교육업, 전문직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으며,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 수준을 보입니다.
반면 농촌 지역의 노인 일자리는 주로 농업 관련 단순 작업이나 공익활동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농촌 고령층의 노인일자리사업 참여 의향은 2011년 12.0%에서 2020년 21.9%로 늘었지만, 사업 수행기관은 2020년 352개에서 2022년 313개로 뒷걸음질 쳤습니다.
2024년 기준 도시 지역 노인 일자리의 평균 시급은 12,500원인 반면, 농촌 지역은 9,800원 수준에 머물고 있어 약 22%의 임금 격차를 보이고 있습니다.
전문성을 요구하는 일자리의 절대 부족
농촌 지역에는 노인들의 경험과 전문성을 활용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 일자리가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도시에서는 컨설팅, 멘토링, 강의 등 전문직 은퇴자들의 경험을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가 있지만, 농촌에서는 이러한 기회를 찾기 어렵습니다.
농촌은 공공·민간 기관, 시설, 사업체 등 사회서비스형·민간형 일자리의 수요처가 될 만한 자원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입니다. 민간형 일자리를 발굴·연결해 줄 전문기관도 충분치 않은 것으로 평가됩니다.
결과적으로 농촌 지역의 전문직 출신 은퇴자들은 자신의 전문성을 활용할 기회를 찾지 못하고 단순 노동에 종사하거나, 아예 도시로 이주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훈련시설과 교육 프로그램의 격차
시설 규모와 장비의 차이
농촌과 도시 간 직업훈련 시설의 격차는 시설 규모뿐만 아니라 보유 장비의 수준에서도 현격한 차이를 보입니다. 도시의 평생교육원이나 기술교육원은 최신 장비를 갖춘 전문 실습실을 운영하는 반면, 농촌 지역의 교육 시설은 기본적인 강의실조차 부족한 상황입니다.
특히 IT 관련 교육을 위한 컴퓨터실이나 디지털 기기는 농촌 지역에서 찾아보기 어려우며, 있다 하더라도 구형 장비로 실질적인 교육 효과를 거두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전문 강사진의 부족
농촌 지역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전문 강사진의 절대적 부족입니다. 도시에서는 각 분야별 전문가들이 강사로 활동할 수 있는 풍부한 인적 자원이 있지만, 농촌에서는 적절한 강사를 찾는 것 자체가 큰 어려움입니다.
농촌은 수행기관 한 곳이 담당하는 지역이 넓어 사업단 관리에 많은 시간·에너지가 소요되며, 농촌의 수행기관당 사업량은 2018년 406.5개에서 2022년 653.1개로 부담이 커졌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농촌 지역의 교육 질은 필연적으로 도시에 비해 떨어질 수밖에 없으며, 이는 농촌 노인들의 재취업 성공률 저하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정부 정책의 한계와 문제점
획일적 정책의 한계
현재 정부의 노인 교육 정책은 대부분 전국 단위의 획일적인 기준으로 수립되어 있어, 농촌 지역의 특수한 상황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도시 중심적인 정책 설계로 인해 농촌 지역에서는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노인 대상 정보화 교육이 필요한데, 노인의 경우 신체 및 인지기능 저하와 기억력 감퇴 등으로 젊은 세대보다 학습 속도가 뒤처질 수 있으므로 대규모 집합교육보다는 소규모 및 실습 중심의 장기적인 교육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예산 배분의 불균형
정부 예산 배분에서도 인구 밀도가 높은 도시 지역에 우선적으로 배정되는 경향이 있어, 농촌 지역은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있습니다. 농촌 지역의 교육 시설 한 곳이 담당해야 하는 면적이 도시에 비해 월등히 넓음에도 불구하고, 예산은 참여자 수 기준으로만 배정되는 경우가 많아 비효율성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성공적인 격차 해소 사례
순천시의 찾아가는 교육 서비스
전라남도 순천시는 농촌 지역 노인 교육 격차 해소를 위해 '찾아가는 교육 서비스'를 도입하여 주목받고 있습니다. 전문 강사진이 직접 마을회관이나 경로당을 방문하여 소규모 그룹 교육을 실시하는 방식으로, 농촌 노인들의 교육 접근성을 크게 향상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2023년 시작되어 현재까지 85%의 높은 만족도를 보이고 있으며, 참여자들의 디지털 활용 능력이 평균 60% 이상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제주도의 온라인-오프라인 연계 모델
제주도는 지리적 특성을 고려한 온라인-오프라인 연계 교육 모델을 개발했습니다. 기본 교육은 온라인으로 제공하고, 월 1-2회 오프라인 모임을 통해 실습과 상호작용을 강화하는 방식입니다.
이 모델은 농촌 지역의 교통 불편함을 해결하면서도 교육의 질을 보장할 수 있는 효과적인 대안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다른 지자체에서도 벤치마킹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개선 방안
이동식 교육 시설의 확대
농촌 지역의 교육 접근성 개선을 위해 이동식 교육 시설을 대폭 확대해야 합니다. 전문 장비를 갖춘 교육용 버스나 트레일러를 활용하여 정기적으로 농촌 마을을 순회하는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농촌 노인들도 도시 수준의 교육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디지털 격차 해소를 위한 특별 지원
거동이 불편한 노인을 대상으로 일대일 방문교육을 실시할 필요가 있으며, 노인의 특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노인 눈높이에 맞게 접근할 수 있는 노인전담 디지털 전문강사를 양성하여 교육 효과를 제고하여야 합니다.
농촌 지역에 디지털 교육 전담팀을 구성하고, 마을 단위까지 찾아가는 개인 맞춤형 디지털 교육 서비스를 제공해야 합니다. 또한 농촌 노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간소화된 디지털 기기와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지역 특성을 활용한 일자리 창출
주민자치회·부녀회 등 주민공동체가 수행기관에 참여할 수 있도록 요건을 완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사회서비스형 노인일자리를 확장하자는 제언이 나옵니다.
농촌의 자연환경과 전통문화를 활용한 체험관광, 농촌유학, 전통공예 등의 분야에서 농촌 노인들의 전문성을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야 합니다.
교통 접근성 개선 방안
농촌 지역 노인 교육 참여자를 위한 전용 교통 서비스를 운영하거나, 기존 농어촌버스와 연계한 교육 참여 지원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교육 기관까지의 교통비 지원이나 차량 운행 서비스 등을 통해 교통 장벽을 해소할 필요가 있습니다.
향후 과제와 전망
인구 감소와 시설 집약화
농촌 지역의 지속적인 인구 감소는 교육 시설의 효율적 운영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향후에는 광역 단위의 교육 시설 집약화와 함께,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이동형 서비스의 확대가 필요할 것입니다.
기술 발전과 원격 교육의 활용
5G 통신망의 농촌 확산과 VR, AR 기술의 발전은 농촌 지역 노인 교육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실감 나는 원격 교육 콘텐츠를 통해 물리적 거리의 제약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합니다.
세대 간 교육 모델 개발
농촌 지역의 젊은 세대와 노인 세대 간의 상호 교육 모델을 개발하여, 디지털 기술은 젊은 세대가 가르치고 전통 지식과 기술은 노인 세대가 전수하는 윈-윈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결론
농촌과 도시 간 노인 교육의 격차는 단순한 교육 불평등을 넘어 농촌 사회의 지속가능성과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디지털 전환 시대에 농촌 노인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획기적인 정책 전환과 투자가 필요합니다.
현대사회에서 정보접근권은 헌법이 보장하는 다른 기본권 실현의 필수조건이 되는 부분이 많으므로, 단순 편의제공이나 복지 차원이 아닌 기본적 권리 측면에서 정보접근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 조치를 취하여야 합니다.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민간 부문이 협력하여 농촌 노인들도 도시 노인들과 동등한 교육 기회와 일자리를 가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이는 단순히 농촌 노인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것이 아니라, 농촌 사회의 활력 증진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필수적 투자입니다.
앞으로는 농촌의 특성을 고려한 차별화된 교육 정책과 함께, 기술 발전을 활용한 혁신적인 교육 모델 개발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입니다. 모든 노인이 거주 지역에 관계없이 평등한 교육 기회를 누릴 수 있는 그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