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당에서도 일자리를 만들 수 있을까?" 많은 어르신들이 품고 계신 궁금증입니다. 사실 경로당은 단순히 여가를 보내는 공간이 아닙니다. 전국 약 6만 7천여 개의 경로당은 지역사회의 중요한 거점 역할을 하고 있으며, 어르신들의 경험과 지혜를 활용할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기도 합니다. 정부 정책상 경로당이 직접 노인일자리 수행기관이 될 수는 없지만, 대한노인회 지회를 통해 다양한 일자리 사업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또한 지역의 특성을 살린 마을기업이나 협동조합 형태로 운영되는 성공 사례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전국 각지에서 경로당을 중심으로 펼쳐지고 있는 다양한 일자리 사례들을 소개하고, 여러분의 경로당에서도 참고할 수 있는 실용적인 정보를 제공해 드리겠습니다.
경로당 일자리 사업의 법적 근거와 참여 방법
경로당 참여의 제한과 가능성
현행 노인일자리 사업 운영지침에 따르면, 경로당은 직접적인 수행기관으로 지정받을 수 없습니다. 수행기관 지정 제외 대상에 "종교시설(교회, 사찰 등), 임의 단체(동호회 및 전우회, 부녀회 등), 경로당"이 명시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경로당이 노인일자리 사업에 전혀 참여할 수 없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경로당은 대한노인회 지회를 통해 사업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대한노인회는 정식 수행기관으로 지정받을 수 있으며, 전국 각지의 경로당들이 대한노인회 산하 조직으로서 다양한 노인일자리 사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참여 가능한 사업 유형
경로당에서 참여할 수 있는 주요 사업 유형은 다음과 같습니다.
공익활동 사업: 65세 이상 기초연금수급자나 직역연금수급자가 참여할 수 있으며, 월 30시간 활동에 29만 원의 활동비를 지급받습니다. 환경정화, 교통안전 지도, 생활시설 관리 등의 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사회서비스형 사업: 노인의 경력과 전문성을 활용하여 지역사회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자리로, 월 60시간 근무에 76만 원의 급여를 받습니다. 독거노인 돌봄, 아동 안전 지원, 상담 서비스 등이 포함됩니다.
공동체사업단(구 시장형 사업단): 노인들이 팀을 이루어 공동작업장을 운영하며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입니다. 초기 3년간 인건비를 지원받으며, 이후 자립을 목표로 합니다.
서울 지역 경로당 일자리 성공 사례
강남구 도곡동 경로당 '실버카페' 운영
서울 강남구 도곡동 경로당에서는 2019년부터 '실버카페'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12명의 어르신들이 참여하여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카페를 운영하며, 지역 주민들에게 커피와 간단한 간식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 사업의 특징은 어르신들이 단순히 서빙만 하는 것이 아니라 바리스타 교육을 받아 직접 커피를 내린다는 점입니다. 월평균 매출액은 300만 원 정도이며, 참여자들은 기본 활동비 외에 수익 배분금으로 월 10~15만 원을 추가로 받고 있습니다.
박○○님(72세)은 "처음에는 커피머신 사용법이 어려웠지만, 젊은 손님들이 '할머니가 내려주신 커피가 정말 맛있다'라고 말해줄 때 보람을 느낀다"며 "무엇보다 경로당에 활기가 생겨서 좋다"라고 말했습니다.
성북구 길음동 경로당 '반찬 나눔 사업'
성북구 길음동 경로당에서는 독거노인과 저소득층을 위한 '반찬 나눔 사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15명의 어르신들이 참여하여 주 3회, 지역 내 도움이 필요한 가정에 밑반찬을 배달하는 사업입니다.
이 사업은 사회서비스형 일자리로 분류되며, 참여자들은 월 76만 원의 급여를 받습니다. 매주 월, 수, 금요일에 20~30 가정을 대상으로 김치, 나물, 국 등을 직접 만들어 배달합니다.
김○○님(69세)은 "요리하는 것을 좋아해서 시작했는데, 혼자 사시는 어르신들이 '덕분에 맛있는 반찬 먹는다'라고 고마워하실 때 정말 뿌듯하다"며 "우리도 보람을 느끼고 지역사회도 도움이 되는 일석이조"라고 평가했습니다.
종로구 평창동 경로당 '전통공예 체험장'
종로구 평창동 경로당에서는 전통공예 기술을 가진 어르신들이 모여 '전통공예 체험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한지공예, 자수, 뜨개질 등의 기술을 가진 8명의 어르신들이 참여하여 지역 주민과 관광객들에게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합니다.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에 운영되며, 체험비는 인당 2~3만 원 정도입니다. 월평균 50명 정도가 참여하여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고 있습니다. 참여자들은 기본 활동비 외에 수익 배분금으로 월 20만 원 내외를 추가로 받고 있습니다.
이○○님(74세)은 "젊을 때 배운 자수 기술이 이렇게 도움이 될 줄 몰랐다"며 "젊은 분들이 우리 전통공예에 관심을 갖고 배우려는 모습을 보면 우리 문화가 계승되는 것 같아 기쁘다"라고 말했습니다.
부산 지역 경로당 일자리 혁신 사례
해운대구 우동 경로당 '관광가이드 사업'
부산 해운대구 우동 경로당에서는 지역 특성을 살린 '관광가이드 사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해운대 해변과 동백섬 일대의 역사와 문화를 잘 아는 10명의 어르신들이 참여하여 관광객들에게 해설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이 사업은 사회서비스형 일자리로 운영되며, 참여자들은 관광가이드 교육을 이수한 후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한국어 가이드뿐만 아니라 간단한 영어나 일본어로도 안내할 수 있는 어르신들이 있어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도 인기가 높습니다.
최○○님(71세)은 "이 동네에서 60년을 살면서 알게 된 이야기들을 관광객들에게 들려줄 수 있어서 보람 있다"며 "젊은 관광가이드들과는 다른 할아버지, 할머니만의 따뜻한 설명이 우리의 강점"이라고 말했습니다.
사하구 감천동 경로당 '마을벽화 관리단'
사하구 감천동 경로당에서는 '마을벽화 관리단'을 운영하여 감천문화마을의 벽화와 조형물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12명의 어르신들이 참여하여 벽화 청소, 보수, 주변 환경 정리 등의 업무를 담당합니다.
공익활동 사업으로 분류되며, 월 30시간 활동에 29만 원의 활동비를 받습니다. 또한 감천문화마을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길 안내와 간단한 마을 소개도 함께 하고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박○○님(68세)은 "우리 마을이 유명해지면서 관광객이 많이 와서 기쁘지만, 한편으로는 쓰레기나 낙서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며 "이제 우리가 직접 관리하니까 마을이 깨끗해지고 관광객들도 더 즐겁게 구경할 수 있게 됐다"라고 말했습니다.
경기도 지역 경로당 마을기업 사례
안산시 단원구 '할머니 손맛 도시락'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여러 경로당이 연합하여 운영하는 '할머니 손맛 도시락' 사업은 마을기업으로 인정받은 성공 사례입니다. 5개 경로당의 30여 명 어르신들이 참여하여 지역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도시락 배달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매일 오전 6시부터 준비를 시작하여 11시 30분까지 200~300개의 도시락을 만들어 인근 사업장에 배달합니다. 도시락 가격은 6,000~8,000원으로 합리적이면서도 집밥의 맛을 느낄 수 있어 직장인들에게 인기가 높습니다.
이 사업의 성공 요인은 체계적인 역할 분담입니다. 각 경로당별로 밑반찬 담당, 메인 요리 담당, 포장 담당, 배달 담당 등으로 역할을 나누어 효율성을 높였습니다. 월 매출액은 1,500만 원 정도이며, 참여자들은 월 60~80만 원의 수입을 올리고 있습니다.
수원시 영통구 '경로당 공동텃밭'
수원시 영통구의 3개 경로당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경로당 공동텃밭' 사업은 도시농업과 노인일자리를 결합한 혁신적인 모델입니다. 아파트 단지 내 유휴 공간을 활용하여 채소를 재배하고, 이를 지역 주민들에게 판매하는 사업입니다.
25명의 어르신들이 참여하여 상추, 깻잎, 토마토, 오이 등 30여 종의 채소를 재배합니다.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농법으로 재배하여 안전성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생산된 채소는 아파트 단지 내 직판장에서 판매하며, 일반 마트보다 20~30%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하여 주민들의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참여자들은 공동체사업단 형태로 월 50만 원 내외의 수입을 올리고 있습니다.
김○○님(73세)은 "어려서부터 농사를 지어왔는데, 도시에서도 흙을 만질 수 있어 좋다"며 "아파트 주민들이 '시장에서 사는 것보다 훨씬 신선하고 맛있다'라고 말해주실 때 보람을 느낀다"라고 말했습니다.
전라도 지역 경로당 특화 사례
전주시 완산구 '한옥마을 문화해설사'
전주시 완산구 한옥마을 인근 경로당에서는 '한옥마을 문화해설사' 사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전주의 역사와 전통문화에 해박한 지식을 가진 15명의 어르신들이 참여하여 한옥마을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문화해설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이 사업의 특별한 점은 단순한 관광 안내를 넘어 전주의 음식 문화, 전통혼례, 한복 등에 대한 깊이 있는 설명을 제공한다는 점입니다. 특히 어르신들의 생생한 경험담이 관광객들에게 큰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사회서비스형 일자리로 운영되며, 참여자들은 월 76만 원의 급여를 받습니다. 또한 관광객들의 만족도가 높아 팁을 받는 경우도 있어 추가 수입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님(75세)은 "70년을 전주에서 살면서 겪은 일들을 젊은 사람들에게 들려줄 수 있어 즐겁다"며 "외국인 관광객들이 우리 문화에 관심을 갖고 감탄하는 모습을 보면 자부심을 느낀다"라고 말했습니다.
순천시 '정원도시 가드너'
순천시의 여러 경로당에서는 '정원도시 가드너' 사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순천만국가정원과 순천만습지를 중심으로 한 정원 관리와 방문객 안내 업무를 담당합니다.
공익활동과 사회서비스형을 결합한 형태로 운영되며, 참여자에 따라 월 29만 원 또는 76만 원의 급여를 받습니다. 꽃과 나무 관리, 방문객 안내, 환경정화 등의 업무를 수행합니다.
특히 순천만의 생태와 환경에 대한 전문 교육을 받아 방문객들에게 질 높은 생태 해설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계절별로 다른 식물의 특성과 철새들의 생태에 대한 설명은 방문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강원도 지역 경로당 자연친화 사례
춘천시 '치악산 숲해설사'
춘천시 외곽 지역 경로당에서는 '치악산 숲해설사' 사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평생 산과 함께 살아온 어르신들의 경험을 활용하여 등산객들에게 숲과 야생동물에 대한 해설을 제공합니다.
12명의 어르신들이 참여하여 주말과 공휴일을 중심으로 활동하며, 사회서비스형 일자리로 월 76만 원의 급여를 받습니다. 단순한 등산로 안내를 넘어 산나물, 약초, 야생동물의 흔적 등에 대한 전문적인 설명을 제공합니다.
박○○님(70세)은 "어려서부터 이 산을 뛰어다니며 자랐는데, 이제 그 경험이 일자리가 됐다"며 "도시에서 온 젊은 등산객들이 우리 설명을 듣고 자연을 더 사랑하게 됐다고 말할 때 보람을 느낀다"라고 말했습니다.
정선군 '산나물 가공사업'
정선군의 여러 경로당이 연합하여 운영하는 '산나물 가공사업'은 지역 특산품을 활용한 성공적인 마을기업 사례입니다. 20여 명의 어르신들이 참여하여 고사리, 도라지, 더덕 등 지역에서 나는 산나물을 가공하여 판매합니다.
봄철에 채취한 산나물을 세척, 데치기, 건조, 포장하는 전 과정을 경로당에서 진행하며, 온라인 쇼핑몰과 지역 특산품 매장을 통해 판매합니다. 연간 매출액은 8,000만 원 정도이며, 참여자들은 월 70만 원 내외의 수입을 올리고 있습니다.
특히 어르신들의 손길이 닿은 정성스럽고 깨끗한 가공 과정이 소비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재구매율이 80% 이상으로 매우 높습니다.
경로당 일자리 성공 요인 분석
지역 특성과 자원 활용
성공한 경로당 일자리 사례들의 공통점은 지역의 특성과 자원을 잘 활용했다는 점입니다. 관광지 인근에서는 가이드 사업을, 농촌 지역에서는 농산물 관련 사업을, 도시 지역에서는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했습니다.
또한 어르신들이 평생에 걸쳐 축적한 경험과 기술을 최대한 활용했습니다. 요리 솜씨, 농사 경험, 지역 역사 지식, 전통기술 등 각자의 강점을 사업 아이템으로 발전시켰습니다.
체계적인 교육과 지원
성공 사례들은 모두 체계적인 교육과 지원을 받았습니다. 지자체나 관련 기관에서 사업 운영에 필요한 교육을 제공했고, 초기 운영 자금이나 시설 개선비를 지원받았습니다.
특히 위생 교육, 서비스 교육, 회계 교육 등 사업 운영에 필수적인 교육을 통해 전문성을 높였습니다. 또한 정기적인 컨설팅을 통해 사업 운영상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개선 방안을 모색했습니다.
팀워크와 역할 분담
성공한 경로당 일자리 사업들은 모두 우수한 팀워크를 보여줍니다. 개인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팀 전체가 조화롭게 협력할 때 더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었습니다.
각자의 적성과 능력에 맞는 역할 분담을 통해 효율성을 높였고, 정기적인 회의를 통해 소통을 강화했습니다. 또한 갈등이 생겼을 때 이를 건설적으로 해결하는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경로당 일자리 시작 가이드
사업 아이템 발굴 방법
경로당에서 일자리 사업을 시작하려면 먼저 적합한 사업 아이템을 발굴해야 합니다. 다음과 같은 방법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지역 자원 조사: 경로당 주변의 관광지, 문화재, 특산품, 자연환경 등을 조사하여 활용 가능한 자원을 파악합니다.
어르신 역량 조사: 참여 희망 어르신들의 경력, 기술, 관심 분야를 조사하여 활용 가능한 인적 자원을 파악합니다.
지역 수요 조사: 지역 주민들이나 방문객들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나 상품이 무엇인지 조사합니다.
지원 기관 및 프로그램 활용
경로당 일자리 사업을 시작할 때 활용할 수 있는 지원 기관과 프로그램은 다음과 같습니다.
대한노인회 지회: 노인일자리 사업의 수행기관으로서 공익활동, 사회서비스형, 공동체사업단 등의 사업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지자체 마을기업 지원: 시장성이 있는 사업의 경우 마을기업으로 인증받아 초기 운영 자금과 컨설팅을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사회적 협동조합: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사업의 경우 사회적 협동조합을 설립하여 다양한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성공을 위한 체크리스트
경로당 일자리 사업의 성공을 위해 다음 사항들을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참여자 확보: 안정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어르신 10명 이상을 확보했는가?
역량 분석: 참여자들의 강점과 특기를 파악하여 적절히 활용할 계획이 있는가?
시장성 검토: 제공할 서비스나 상품에 대한 수요가 충분한가?
지속성 확보: 1~2년의 단기간이 아닌 장기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계획이 있는가?
협력 체계: 지자체, 유관기관, 지역사회와의 협력 체계를 구축했는가?
마무리
경로당은 더 이상 그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 아닙니다. 어르신들의 경험과 지혜를 활용하여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동시에 경제적 이익도 창출할 수 있는 소중한 공간입니다.
전국 각지에서 펼쳐지고 있는 다양한 성공 사례들은 경로당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지역의 특성을 살리고 어르신들의 강점을 활용한다면, 여러분의 경로당에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일자리를 만들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시작하는 용기와 지속하는 의지입니다. 작은 것부터 시작하여 점차 확대해나가다 보면, 어느새 지역사회에 꼭 필요한 소중한 일자리로 자리 잡게 될 것입니다. 경로당이 단순한 여가 공간을 넘어 생산적이고 활기찬 공간으로 변화하는 그날을 기대해 봅니다.